블루스, 더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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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014

블루스 전국시대 그 개막을 알리며

인디에서 메이저로, 블랙 키스 씨없는 수박 김대중 @ Stage #1

그랬다. 2012년 블루스 컴필레이션 앨범 <블루스 더, Blues>는 기어코 발매되고야 말았다. 발매되지 않을 확률이 더 높은 음반이었다. 이런 지나치게 예술적이고 도전적인 시도라는 것은 뮤지션이 늦장을 피운다거나 기획자가 도중에 던져버린다거나 해서 도중에 소멸되는 것이 비일비재한 법이고.

애꿋게도, 양쪽의 추진력이 너무 좋았던 나머지, 이 앨범은 기어코 정해진 일자에 발매되고 말았다. (내심 놀랐다!) 연이어 이 컴필 앨범은 몇 가지 부정할 수 없는 뚜렷한 성과를 내놓았는데 일단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 중 셋이 그 해에 정규 앨범을 내놓았다. 김대중, 하헌진, 김태춘이 그렇다. 특히 하헌진은 이 시기 '김간지x하헌진'이라는 듀오를 결성하여 생애 정규를 내놓았다. 더해서 CR태규는 솔로에서 'CR태규와 물건들'이라는 팀을 결성해서 활동하고 있었으며 김마스타가 주축이 된 팀 '서울블루즈'는 한 해 동안 홍대 안팍을 넘나드는 맹렬한 활동량을 자랑했다. 로다운30도 굵은 활동을 보여주었고.

이러다보니 2013년은 '블루스'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에서 독 많이 들리는 한 해였다. "블루스 부흥"이라고 할까? SNS에서 평론가들의 리뷰까지. '블루스'는 거대 포탈의 평론에서 언급되고, 앨범 리뷰에서 언급되었고 '이주의 음반'이 되었으며 '블루스'라는 이름이 붙은 기획 공연들이 비온 다음날 아침의 죽순처럼 솟아났다. 좌우간 이러다보니 '블루스'가 인디의 최신 장르가 된 것이 같은 착각을 들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블루스'가 돈이 되는 무엇인가가 되었다고 보면 곤란하다. 그건 앨범을 팔고 있는 사람들이 잘 알고 있고 직접 공연하는 뮤지션들도 알고 있다. TV와 예능 중심의 이 사회에서 블루스라는 것은 거의 안티팝(Anti-Pop)에 가깝다. 하지만 작년 10월 이후로 공연장을 직접 찾는 소위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블루스'라는 장르가 어딘가 '그럴싸' 해보이게 된 것은 사실인 것이다. 다행히도 해당 컴필도, 그 후속으로 발매된 뮤지션들의 음반도, 활동도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고 말이다. 이렇게 보면 컴필레이션 앨범 <블루스 더, Blues>는 연탄에 불을 붙이기 위해 사용되었던 구공탄으로서의 할 일을 다 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앨범과 함께 한 4회의 홍대 투어도 좋은 체험이었고. 거의 다 매진이었고. 아아.. 이젠 털어도 되겠구나. 할 일을 다 끝냈으니 해산해도 되겠구나...

인디에서 메이저로, 블랙 키스 김간지x하헌진 @ Stage#4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게 아니었다. 2014년에도 우리는 계속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2013년에 비해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한 뮤지션들이 있다. 원래 뮤지션이라는 것이 한 해가 지나면 전혀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 1년 동안, 솔로는 팀이 되고 편성이 바뀌고 새 노래들이 생겨났다. 거기에 첫번째 정규 앨범을 내고 의욕충천한 '1집 뮤지션들'도 대기 중이다. 그래서 작년의 홍대 블루스 투어 때와는 꽤나 달라진 이 1년 간의 모습을 선보여야 하겠다는 의무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또한 작년에 장소의 협소함으로 인해 원하는 공연을 보지 못한 관객들도 있었다. 관객 예측을 잘하지 못하여 비교적 크지 않은 공간을 잡았던 탓이다. 이번에는 좀 더 넉넉한 곳에서 넉넉한 일정으로 보여드리고 싶다. 약간의 새로운 블루스 멤버들과 추가해서 말이다.

물론, 아직 재고가 남은 '앨범'을 팔아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다. 그래서, 2014년에도 한번 더 한다. '블루스 투어'를 이번에는 홍대가 아니라 '전국'이다. "목표는 전국...!" 마치 슬램덩크 같지만 뭐 어떤가. 지금 나의 눈 앞에는 '선생님, 블루스가 하고 싶어요"라고 무릎꿇은 정대만의 모습이 보인다. 블루스는 실제로도 텅 빈 체력으로도 동료를 믿고 던지는 3점슛과 같은 장르가 아니던가.

이번 2013~2014 '블루스 전국시대' 투어는 올해 대구, 부산, 대전을 거쳐 내년 1월, 서울에서 펼쳐지는 양일의 공연으로 총 5회가 기획되었다. 이 정도는 되어야 도전이라고 하겠지.

자, 올해도 시작한다. 이번에는 전국이다.

2013년 10월 15일
앨범 프로듀서 깜악귀

사상 초유의 블루스 장르 컴필레이션

블루스 더 블루스

인디에서 메이저로, 블랙 키스 인디에서 메이저로, 블랙 키스

때는 2012년, 해외에서는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거라지 밴드 블랙 키스(Black Keys)가 인디신을 넘어 메이저급 밴드로 발돋움하고 있을 때였다. 수년 전에 대세를 장악한 화이트 스트라입스(White Stripes)보다 더욱 고전적인 블루스 연주를 구사하는 블랙 키스의 약진은 블루스라는 장르가 대중음악에 아직 기여할 것이 남아 있다는 증명과도 같았다.

더하여 존 메이어는 블루스와 모던포크를 결합한 음악과 샤프한 안면으로 여인들의 심금을 울리고(지갑도 열고), 조 보나마사는 스티비 레이 본을 잇는 새로운 기타 히어로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블루스가 일각에서 해외 뮤직신의 트렌드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국내에서 블루스라는 장르에 대한 인식은 각박한 편이다. 남녀가 끌어안고 춤추는 음악이라고 생각하거나, 뭔가 에로틱하고 무드한 음악이라는 생각이 대부분이다.

한국적 블루스 록의 혁신, 로다운 30 한국적 블루스 록의 혁신, 로다운 30

<블루스 더, Blues>는 이런 상황 속에서 만들어졌다. 홍대에서도 블루스를 연주하는 뮤지션이 많이 있다. 블루스 연주의 기반 위에 오래 활동해온 김마스타가 그런 경우이고 로다운 30는 1집부터 한국적 블루스록을 탐구해왔다. 그들이 이번에 내놓은 앨범 <1>은 그 정밀한 연구가 어떤 성과를 낳았는지 분명히 증명한다.

블루스한 보컬색을 지닌 소위 디바, 강허달림은 홍대 기반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셀프 송라이팅을 동반한 다양한 활동을 거듭해왔다. 강산에의 경우 그의 노래의 대부분은 대단히 블루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의 명태 같은 곡은 음악 장르적으로 블루스가 아니라도 해도 매우 훌륭한 블루스다.

김대중, 하헌진, CR태규 김대중, 하헌진, CR태규

최근 1, 2년 사이에 홍대 인디에는 또 흥미로운 흐름이 더해졌는데 바로 미국의 1920~40년대를 기반으로 한 올드 스타일 블루스를 한국에 도입한 흐름이 그것이다. 하헌진, 김대중, CR태규 등이 그렇고 멀리 부산의 김태춘이 또 근접한 작업을 시도한다. 미국의 가장 투박하고 오래된 작업을 한국에 이식하고 씨앗을 뿌리는 이들의 행위는 어떻게 보면 세련되고 밝은 팝들이 인디의 대세가 된 시기에 본능적으로 가장 필요한 일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아직 아는 이들이 많지 않지만 이들의 작업은 이 1년 사이 홍대에 신선한 산소를 불어넣고 있다.

붕가붕가 레코드는 올해 봄, 이러한 흐름들을 목격했고 이들을 하나로 묶어서 제시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고 이에 블루스 컴필레이션 기획을 뮤지션들에게 제안했다.

컴필 참여 곡을 녹음 중인 강산에 컴필 참여 곡을 녹음 중인 강산에

<블루스 더, Blues> 앨범은 사실 온전히 ‘블루스’ 장르에 헌납된 장르적으로 뻣뻣한 태도를 취한 앨범은 아니다. 요컨데 12마디의 정격 블루스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무엇이 블루스인가에 대한 판단은 각 팀에게 맡겨 놓았다. 덕분에 이 앨범은 무척 흥미로운 다양성을 얻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산만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이쪽이 더 재미있다고 느껴진다.

이 앨범에는 미국의 1900년대 초반의 올드 스타일 블루스의 색채를 보이는 음악(하헌진, 김태춘)이 있는가 하면 블루스가 막 도시로 진입한 시기, 시카고 블루스에 근접한 로다운30의 넘버도 있다.

저렴한 월세를 구하러 돌아다니는 한국식 정서를 담은 김대중의 포크 블루스가 있는가 하면 블루스 12마디와는 무관하지만 정서상의 블루스를 과시하는 강허달림의 노래도 있다. 나훈아와 산타나 사이에서 갈등하는 성인풍의 곡은 김마스타의 블루스이며 호쾌하게 솟구치는 록 블루스는 게이트 플라워즈의 기타리스트인 염승식의 솔로 밴드, 조이엄의 것이다. 심지어 ‘오르간 뽕짝 부르스’도 있다.

이 앨범은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블루스에 대해 가지는 여러가지 인상을 종합해놓은 것만 같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그 제각각이 또 다 블루스이다. 때문에 청자에게도 아주 재미있는 체험이 될 것이다. 또한 이 컴필레이션으로, 그동안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뮤지션들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한국도 해외처럼 ‘블루스’라는 음악을 한물 간 옛날 음악 취급하지 않고, 새로운 음악의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으면 한다.

블루스는 언제나 새롭다. 블루스는 멀지 않고, 언제나 아주 가까이에 있다.

2012년. 9월 24일
앨범 프로듀서 깜악귀